이제 막 성인되기 전인 19살이고 수능 끝나고 나태해지기 싫어서 레스토랑 서빙 알바하고 있습니다.

이게 첫 알바고 누구한테 처음이라는 이유로 민폐 끼치는게 너무 싫어서 일하는 4시간 반동안 절대 앉지도 핸드폰 쓰지도 않고 나름대로 선배 알바분들이 일하고 계실 때 저도 배운 일이다 싶은 것들은 알아서 가서 일하고 일 없을때는 의자 맞추고 그러고 있었는데요..
아직 서빙하는 법이나 음료 따르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어서 너무 할 수 있는게 없다 싶으면 곧 오실 손님들 테이블 번호랑 성함 외우고 있었습니다

어제가 일 나간 지 두번째 날이었는데요.. 사장님이랑 같이 일한 거는 첫 날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카리스마에 좀 압도된 건지 똑부러지게 일처리 하기 너무 어렵더라고요.. 뭐 음식 놓으라 해서 중앙에 세팅했는데 그 포크 방향이 잘못되었다면서 한숨쉬시길래 그 다음부터는 혼자 뭘 하기가 무서워졌었어요 계속 주방보조분한테 애가 일을 많이 못한다 이러시고 그 해탈한 웃음으로 제발 묻고 일처리해라 이러시길라 혼자 뭘 결정하기 무서워져서 그 다음에 음식 두개 어떻게 둬야 할까요 여쭤봤더니 한 번만 다시 생각해봐라해서 덜덜 떨면서 네분이시니까 왼쪽 자리 가운데 오른쪽 자리 가운데 이렇게 둘까요? 했더니 알면서 왜 묻냐 그러시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또 물어봤다가 혼날까봐 세팅 알아서 일처리 했더니 제발 물어보고 좀 할래? 라 하셨습니다

사장님 마음도 이해됩니다. 어린애가 무경력에 일처리 빠릿빠릿하지 않은거 보면 답답하시겠죠.. 그리고 일 누구하나 잘못하면 모든 분들이 힘들어지니, 저도 얼른 익혀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울상이면 모두 안좋은 에너지 받아가니까 웃으면서 일하려 하고, 얼른 익히려 하고 있어요. 집가면 잘 모르겠는거 찾아보고 메뉴얼 되새기면서 그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세번째 날입니다. 사장님이 자꾸 과한걸 당연하다 생각하십니다. 어떨때는 바 안에 카트 끌고 들어가서 해야지 일머리가 없냐 그러시고 어쩔때는 이런거는 카트 끌고 들어가면 안된다 이러십니다… 도대체가 제가 그걸 어떻게 구분해서 알라는거고… 하다못해 바닥 닦기도 저 나름대로 땀 흘려가면서 열심히 하는데 사장님이 주방가서 요즘 학교는 바닥을 안닦게하냐 비꼬시고 이런데 제가 어떻게 매니저님들 말처럼 주눅 안들고 알바를 할까요… 그 와중에 사징님은 나는 수능 끝나고 최저시급 1000원대로 돈 받으면서 6시간씩 알바했다고 들으라는 듯 매니저님한테 말합니다… 왜 그쪽이 그리 살았다고 제가 이렇게 하는게 당연한건지

무엇보다 이제 너무 무섭습니다. 착한 매니저님도 안오는 날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나마 절 챙겨주던 중국인 알바분도 다음주에는 아예 타임이 안겹치시고 홀서빙도 저 혼자 해야합니다. 식당 언니분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가는 인사도 일부러 무시하고 지나가실 만큼 차갑고… 다른 직원분들도 사실상 저 알바 10시 넘기면 불법인데 초과근무할뻔한거 지켜만 보고 계셨습니다. 다음주는 도무지 버틸 자신이 안납니다. 일의 강도도 일의 강도이지만, 하면서 받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심합니다. 근데 막상 그만두려니 매니저님 웃는 얼굴에 이걸 내뱉기도 참 애매하고 오히려 그만둔다하면 화내면서 돌변하실까 겁도 납니다… 너무 무서워요. 3개월을 꼭 채워야 할까요 이렇게 감정적으로 있으면서… 참고로 첫 알바닐 빼고 두 날 모두 집 오는길에 혼자 펑펑 울었습니다

근데 한달 뒤에 그만둔다고 하면 그 사이에 사장님이 또 요즘 애들은 어쩌고 소리하고 한달 다닐거면~ 이러면서 비아냥대실 모습이 떠올라서 도무지 견딜 수다 없을 것 같습니다… 당장 관두든 3달 이후에 관두든 해야할텐데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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