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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가 갖고싶었던 꼬꼬마 중3의 첫알바이야기★
elton***
2013.09.20 01:49
조회 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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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알바는 중3 겨울방학, 정말정말 추웠던 새벽 3시에 시작되었다. 두구두구둥!
우선 16살이라는 아직은 어린(?) 나이에 알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메이커 운동화에 대한 나의 갈망때문이었다!ㅎ 우리 부모님은 아주 부자도 가난하지도 않았지만 10만원대의 운동화를 사달라고 했을때 오냐 하며 덥썩 사주시지도 않는, 강경한 캐릭터의 소유자시다; 때마침 아**스에서 나온 신상 운동화에 꽂혀버린 난, 동네 신문보급소에서 학생들도 알바로 일할 수 있다는 친구의 정보통에 따라 겨울방학과 동시에 첫 알바를 뛰게되었다(두근두근~)
참고로 난 여자다.;; 다행히도 아파트 단지내 배달이었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탈 필요가 없었고, 아주머니들이 장볼때 끌고다니는 앙증맞은★ 카트에 하루 약 150부 정도를 싣고다니며 아파트 10개동 정도에 배달하는 것이 내 임무. 역시 가장 큰 적은 새벽잠을 이기는 것이었다. 성인이 된지 한참 지난 지금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온갖 콧소리를 내며 5분만 더를 외치는 나인데, 의지박약의 16살 소녀에게 새벽3시 기상은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었다ㅠㅠ 게다가 그해 겨울은 어찌나 추웠던지, 하루는 너무 잠깨기 싫어서 운적도 있었다(이해해주세요, 꼬꼬마 중3이었어효;)
비몽사몽 좀비의 몰골로 일터에 가면, 배달원들에게 할당량을 나누어주시는 아저씨가 날 안쓰러운? 얼굴로 맞이해주시곤 했다. 가끔 따뜻한 캔커피를 쓱 주고 가실때도 있었던 노총각아저씨(지금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계시길 바래요;). 아직 잉크자국이 다 마르지도 않은 따끈한(네네,약간의 과장입니다ㅋ) 신문들을 가득 싣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우선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가장 맨꼭대기층으로 간 후 배달받는 집이 표시된 카드를 보며 문앞에 툭 떨구고가면 되었다. 한층이 끝나면 계단을 이용해 계속 내려가면서 배달하는 식이다. 가끔씩은 시간에 쫒겨 복도를 뛰어다니며 배달할 때도 있었고, 집 문앞에 달랑달랑 매달려있는 막 배달된 우유를 보며 한입에 드링킹해버리고 싶은 욕구와 싸울때도 있었다(훔쳐먹은 적은 없습니다 믿어주세요;) 두번째, 계단식 아파트의 경우는 배달방식이 좀 다른데, 각층마다 양쪽으로 두집밖에 없기때문에 엘리베이터 맨 꼭대기층에서 내가 배달할 층을 우선 쭉 누른다. 예를들면 24층꼭대기에서 23 21 20 17 16... 이런 식으로 누르고 문이 열릴때마다 엘리베이터안에 쭈그리고 앉아 집쪽으로 신문을 던져; 문앞에 안착시키면 성공! 숙달되기 전에는 던지다가 신문이 비둘기 푸닥거리는 것마냥;; 활개를 치며 공중분해되는 바람에 정리하는데 시간이 더들었다. 하지만 복도식만큼 춥지도 않고 안락한 엘리베이터안에 쭈그려라도 앉아있을수 있다는 최대의 장점이 있지롱~ㅎ 허나 가끔 새벽 댓바람부터 운동가는 아주머니들이 7-8층쯤에서 엘리베이터 기다리다가 날 발견하고는 나땜에 한참 기다렸다며 엄청 욕먹기도 했다. 속으로는 기왕 운동하는 김에 계단으로 가시지; 라고 하고 싶었으나 나도 잘한것 하나 없기에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짜그라지곤 했다;;
이렇게 아파트 10개동을 도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2시간. 배달이 끝나면 아침해가 슬금슬금 뜨는 시간인데 배는 또 어찌나 고프던지. 그당시 같이 배달하던 훈남 오빠가 가끔 편의점에 데려가서 삼각김밥을 사줄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빈 카트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지없이 떡실신모드로.. 사실 한달 반 정도 일하면서 늦잠자는 바람에 배달이 많이 늦어져서, 몇몇 구독자들이 보급소로 항의하며 해지요청을 한 적도 있었다. 사장님께 너무 죄송했는데, 크게 혼내진 않으시고 오히려 일이 너무 고된것 아니냐 걱정해주시고, 가끔 보급소에 가면 정말 맛있는 김고돌이 과자;;를 왕창 주셨다(항상 김고돌이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보아 매니아신듯;) 사장님 혹시라도 뵙게되면 김고돌이 과자 사드리고 싶네요, 이글 보시면 댓글달아주세요ㅎㅎㅎ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긴채 드디어 월급날~! 그토록 갈망하던 신발이 내 발에 착 감기던 순간을 잊을수가 없다. 내 돈으로 산 내 첫 운동화! 하지만 내 첫 알바가 남긴 건 한 켤레의 운동화보다 더 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도 취직하기 전까지 여러개의 알바를 거쳤고, 지금은 몇달앞으로 다가온 결혼준비에 (앗흥~*^^*) 직장을 잠시 쉬고있다. 가끔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정말 코가 깨지게 춥고 울고싶을만큼 깨기 싫은 잠과 싸워가며 일하던, 그때의 순수한 열정(비록 신상 운동화때문이었지만;)이 생각나면서 왠지 모르게 찡해지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첫 알바가 있고 첫 직장이 있을것이다. 어떤 일을 했던, 어떤 이유에서 했던지간에 누구에게나 잊지못할 인생의 경험이 아닐까싶다. 시간이 흐르고 문득 떠올렸을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노동은 신성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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