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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킨(삐)(리)(리)31 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nanas***
2013.09.22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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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는 37살 지금현재는 일본어를 가르치고 2008년 3월1일 결혼독립만세를 외치고 1남의 외동아들(5살 짱구와 동갑입니다. 근데 그 아들놈은 나이도 안먹지만요.) 깡따구가 최고라 왠만한것은 제가 이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양보못하는게 하나 있습니다. 쭈쭈바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놈이지만 저는 절대 베스킨라빈스 사줍니다. 아이스크림하면 베스킨라빈스? 저는 베스킨라빈스에서 군대 가기 전 6개월간 일하며 아주 많은 일 많이 겪었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던킨도너츠가 생겼지만 97년도 당시 저는 부산의 서면에 있는 5개의 베스킨라빈스 상점 유일하게 지하상가에 있는 한곳에서 내 군대 제대하기 전까지... 그 당시의 여자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지 못하도록 열심히 돈 벌어 귀금속을 사주기 위한 결심하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지금의 와이프가 안다면 저를 죽사발 내버리겠죠^^) 물론~ 처음의 동기는 아이스크림을 원 없이 먹을 수 있기에, 아이스크림 속에서 헤엄치고 싶었기에, 아르바이트 했던 시기엔 입이 양쪽 귀에 걸렸죠. 당시 시급 2천500원이면 비싸게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들어가서 본 사람~ 정말 눈 찢어지고 코가 뭉클하고 정말 마귀할멈 같은 여자가 떡하니 제게 공포의 미소를 보내더군요.(알고 보니 저보다 한살많더라구요) 섬득했지만 아주 마음이 착한 척 나에게 다가왔죠~ 그 여자가 하는말이 10초안에 옷 갈아입고, 1분만에 후딱 밀대 빨아와 닦으라는 겁니다. 사실 여기서 부터 내가 군생활의 기초를 닦아야 하는것인가? 내심 의아해 하면서~ 열심히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었죠. 그리고 그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1주일 동안 마귀할멈과 점장빼고 4명의 여자 아르바이트생과 같이 일 한다는 것을 알았죠. 여자만 2교대이고 남자는 저 혼자 밤낮 구분없이 일했기에... 이거 정말 환상적이지 않나요? 바이트비가 많든적든 그런건 아무것도 아니었죠~ 매일같이 침 질질 흘리고 다녔답니다(남자의 본능이기도 하죠). 다 제게 잘해주었어요^^ 사실 딱 깨놓고 말하면 지금의 와이프 만나 결혼한거 빼고 최고의 순간이었고 정말 제겐 1분 1초가 황금같은 시간이었답니다. 마귀할멈과 점장이 없을 땐, 색색의 아이스크림으로 여러가지 모양도 만들어보고(실제로 귀엽고 예쁜 아가씨나 귀여운 어린애들이 왔을 때 예쁘게 만들어주었죠), 여러가지 아이스크림을 전부 믹서기에 넣고 석어서 쥬스도 해먹어보고(맛을 말로 형용할 수 없음) 제가 마음속으로 품고 있던 여자랑 같이 일할 때면 아이스크림콘에다 작은 스쿱으로 예쁘게 3단으로 쌓아서 세잎클로버 만들어주면서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난건 행운이지 않는가?”하면서 느끼하게 건네주기도하고(이거 울 와이프한테 말하면 큰일납니다^^ 비밀이어요!), 싫은 여자애랑 일할 때 한번은 6단으로 쌓은것을 먹게해서 배탈나게 만든적도 있었고(정말 제가 마귀할아범이죠^^), 점심이나 저녁밥은 보통 떡볶이나 김밥, 순대로 해결하는데, 장난친다고 김밥 단무지를 빼가지고 아이스크림속에 넣어 같이 일하던 여자애를 먹여도 봤고, 그때 안 맞아죽은게 천만 다행입니다. 악동같이 제가 정말 희안한 일을 너무나 많이 벌려놨답니다~
그때가 7월로 기억되는데, 베스킨라빈스에서 가장 큰 추억은 100원에 하나더라는 이벤트를 열었던 적이 있었지요(설명하자면 그때의 가격으로 만천원하던 하프겔론 한개 살 때 백원만 더 내면 똑같은 만천원짜리 하나 더 줬음) 그때 정말 대박이었고 박 터졌답니다. 너도나도 할거없이 사갔고,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도 뭔지도 모르면서 줄서서 사갈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저는 그 이벤트 당시 무슨 일이 있어버렸죠. 이 100원에 하나 더 이벤트를 얼마 전 팔꿈치가 빠지는 고통을 당하고 깁스를 하고 있었던 시기였답니다. 물론 대단한건 아니였지만 인대를 좀 다쳐버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깁스를 지탱한 것을 벗어던지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온 몸에 땀 줄줄 흐르도록 일하였습니다. 시기가 여름인지라 손님 없을 때 더우면 냉동고에 얼굴 집어넣기도 하고 더위를 식히며 여유를 즐겼는데, 이벤트 땐 너무나 바빠서 그럴 순간이 전혀 없었답니다. 그 팔로 뭐 하냐면서 점장도 들어가 쉬어라고 말했지만 바쁜데 그게 그렇게 됩니까? 아이스크림 뜨지 못하면 통이라도 날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자가 되가지고 쉬라고 한다고 쉬면되겠냐고 생각했죠. 불굴의 투지와 부산사나이 특유의 깡따구로 남들의 배로 일했답니다(무지 팔이 땡기긴 했었지만요)그렇게 열심히 했더니 이벤트 끝나갈 쯤에 점장이 흐뭇해하며 저에게 아이스크림 한통을 선물로 주시고, 또 제 돈 주고 5만원어치 넘게 사가지고 친구들이랑 연인에게 나눠주고 집에도 3통이나 들고 들어갔답니다. 여기서 또 재미있었던 일은 그때 하프겔론은 5가지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1.2kg을 담는게 원칙이었거든요. 그런데 제 것을 사갈 땐 10가지 아이스크림을 하프겔론통에 무려 2.5키로 정도 담아서 철철 넘치게 해서 가져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뚜껑 닫는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힘든 일도 많겠지만 젊음이란 이름으로 버텨내면서 군대 가기 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어렵고 험한 난간에 부딪혔을 때도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잘 해쳐나갈 수 있었던 삶의 기폭제가 아니었을까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을 읽는 분들 덥다고 아이스크림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배탈나서 인해 많이 고생합니다. 뭐든지 적당히 먹는 거, 조금 아쉬울 정도로 먹는 거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 추억을 다시 되살아나게끔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항상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하시고자 하는일 다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2013년 올 여름 유난히 더웠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왔지만 덥습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 그때 그 시절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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