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알바를 오래 했다고 하니 후배들이 이런저런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도움이 될 지 안 될 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들이 궁금해 한 점을 토대로 몇 자 써봅니다.
주의 : 저는 프렌차이즈에서만 일했습니다. 경력은 1년/2개월/4개월/4개월 입니다. 총 합하면 대략 2년 정도 되는 데요. "고작 2년 해놓고 오래했데?ㅋ"하고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빵집에서 일한 다른 친구들과도 비교해서 올리는 거니까 가볍게 읽는 셈 치고 넘어가주세요.
1. 시급 얼마에요?
최저시급 써두죠? 빵집 면접만 총 24군데 봤습니다(저는 면접 본 곳을 큼직한 데는 적어두는 편입니다). 근데 그 24군데 중에 처음부터 최저시급 주는 곳은 없습니다. 최소 500원, 최대 1000원 정도 낮게 부르면서 '수습시급이야~'라고 합니다.
그럼 3개월 수습기간 지나면 최저시급 주냐고요? 최저시급은 안 주고 5210원이면 5천원 내지는 5100원이나 5200원, 4860원이면 4800원이나 4700원 줍니다. 좀 괜찮은 사장님은 3개월 되면 최저시급 주긴 하는데... 100 중에 90은 절대 안 그럽니다. 왜냐고 따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빵집은 마진이 잘 안 남아~'라는데... 그건 솔직히 핑계죠.
저같은 경우 2011년 11월에 알바 했을 때는 4천원으로 시작해서 1년이 지난 2012년에도 시급 4천5백원 받았습니다. 1년째 되던 달에야 겨우겨우 최저시급 주더군요. 같이 일하던 분들도 대부분 그렇게 받았습니다.
2. 빵집이니까 남은 빵 먹을 수 있어요?
웃ㅋ기ㅋ는ㅋ소ㅋ리ㅋ죠. 사장님 마음입니다. 좀 여유로운 사장님은 '어 그래 생지단과자 한 두 개면 먹어~'라고 하시는데 이 단과자라는 게 뭐냐면요... 반품할 수 없는 제품입니다. 근데 그거 안 주는 사장님도 많습니다.
가끔 좋은 사장님들은 '그래, 알바하느라 힘들지? 시급도 못 챙겨주는데... 단과자는 얼마든지 먹으렴^^'하고 말하는 분이 계십니다만... 그건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습니다(전 4번 중 딱 한 번 만나봄).
보통은 반품 할 만큼 하고 푸드뱅크로 보낼 수 있는 만큼 보내고 나서 남은 빵 먹으라고 합니다. 가끔은 자기들이 가져가고 알바생은 안 주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3. 그래도 빵집이면 무거운 거 안 날라도 되죠?
오해십니다, 후배님! 철판이라고 빵을 굽는 판이 있고 공판이라고 빵을 식히는 판이 있는데...그거 두 개만 합쳐도 흉기입니다. 열받아서 그걸로 사람치면 철컹철컹 잡혀갈 만큼 흉기에요. 그리고 프렌차이즈 경우 새벽마다 생지 혹은 완제가 가게로 옵니다. 그거 나르는 건 알바생 몫이에요(주로 오픈시간 알바). 참고로 반죽이라는 게 결코 가볍지 않답니다.
아, 반죽 냉동된 게 오는데 그것도 나름 흉기입니다.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무거운게 훌륭한 무기죠.
4. 프렌차이즈니 직원할인 알바할인 있겠죠?
하하하. 영화관이나 아니면 레스토랑에서 일해봤나 보네요. 빵집에는 알바 할인 없습니다. 참고로 저를 비롯한 친구들 전부가 알바로도 등록 안 된 상태로 일했으니까요. 본사에서 직원 떴다 싶으면 잠깐 (다른 데 가 있으라고) 휴식시간이 주어졌던 곳도 있습니다. 할인 없어요^^ 복지 할인도 없어요^^ 주휴수당 주급 야간수당 전부 없습니다.
5. 그....그래도 술집에 비하면 진상 없겠죠?
술집은 거기서 술 먹으면서 진상짓하죠? 빵집 마감조로 있다 보면 손님들이 가끔 술 먹고 옵니다. 어떤 때는 거지가 구걸하러 와요. 돈 안 주면 행패부리기도 하고 거지가 던진 쟁반에 맞을 뻔한 적도 있고요. 경찰도 몇 번 불러 봤네요. 술 먹고 왔는데 매장에서 빵의 느끼한 냄새에 토하는 손님도 있어요. 몇 만원어치 마구잡이로 담아갔다가 아침에 아내되시는 분이 반품하러 오기도 합니다. 진상 없는 알바처는 없어요.
뭐어.... 다행인 거라면 술집같은 곳과 달리 0시 되면 문 닫는다는 거?
6. 그래도 포스기 쓰니까 좀 편하겠죠?
아... 후배님은 음식집에서 일일이 계산서 보고 계산했나보네요. 근데 그거 알아요? 프렌차이즈 빵집은 빵 하나하나 이름을 외워야 합니다. 그게 생지단과자인지 완제단과자인지 다 다르니까 그 종류도 외워야 하고요. 행사 때 되면 암기력 부족한 사람은 죽어나죠. 뭔 놈의 제품 이름이 그따구로 생긴 건지. 경험으로 따지자면 행사제품 암기는 P모 프렌차이즈보다는 T모 프렌차이즈는 좀 괜찮은 편이에요. 그냥 제 주관입니다.
7. 매장이 크지 않으니 일이 좀 수월하죠?
그건 가게 차이입니다. 빵집도 큰 곳은 엄청 크답니다. 게다가 매장이 큰 데 알바생을 적게 쓰면 그건 음식점을 뛰어넘는 노가다판이죠. 빵나오는시간+출근시간 등등이 겹치면 지옥이 강림하십니다
8. 빵집에서 일해보니까 어때요?
음...이건 빵집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해본 건데... 주어진 조건 중에 사장과 알바생의 진상정도가 동일하다고 제한했을 때
술집보다는 진상 손님이 덜한 편이에요. 아무래도 장사하는 시간이 다르고 내가는 음식이 다르니까요. 근데 술 먹고 빵집 와서 진상피우는 손님이 있습니다.
커피숍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시간대마다 다르지만 아무래도 빵의 종류가 많다보니까요. 게다가 요즘 추세가 빵집+커피숍이라서... 손이 많이 갑니다.
영화관에 비하면 글쎄요... 영화관 어디서 일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서비스업인 건 동일하다보니 손님에게 잘못 대하면 혼납니다. 그래도 영화관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급이나 기타 제휴 할인 같은 게 영화관에서 일하면 받을 수 있거든요.
음식점과 비교하면 비슷합니다. 빵집이 훨씬 손이 가지만 대신 뒷처리가 적고 음식물 쓰레기도 적어서 편합니다. 하지만 역시 음식점 시급이 더 높죠.
프렌차이즈 빵집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일에 비해 너무 짠 시급입니다. 그걸 감안하면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덤벙대다간 철판 혹은 공판에 손을 데는 일도 많을 거고요, 손을 자주 씼어야 하다 보니 겨울철엔 특히나 손이 틉니다.
일은 쉽게 배우는데 빵 이름 외우는 게 좀 복잡하고 가끔 빵 속재료와 칼로리 혹은 유제품 유무를 묻는 손님들이 좀....많은 편이어서 빵 하나하나를 먹어보는 게 좋습니다. 진상 사장님의 경우 그거 물은 손님한테 대답 못하고 어버버 그러면 '넌 아직도 일을 그따구로 하니^^'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P모 T모 등등의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일했다보니 일반 빵집은 모르겠지만... 컴퓨터로 하는 거다보니 시재와 재고에 초민감합니다. 어떤 빵에는 유통기한이 안 적혀있는 것도 있어서 그거 파악도 해야 하고요. 유통기한이란 게 특히나 민감한 부분이다보니 실수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아요.
이상 후배님들과 동일한 궁금증을 갖고 계실 분들을 위한 제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을 토대로 한 프렌차이즈 빵집 알바에 대해 궁금증을 대답해 보았습니다.
근데 써놓고 보니 보통 알바들이 다 비슷한 상황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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