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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카페 오후 내내 설거지하고 커피 한 잔

s_6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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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바 구하려고 들어왔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써보는 경험담입니다.
(그때 내가 좀 바 보였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현타가...)

제 첫 알바는 펫시터라고 해야하나? 지인이 여행간 보름간 개 돌보기였습니다.
아무튼 그거 말고는 알바 경험 전무하던 제가 첨으로 각잡고 알바를 구할 때였는데요.
커피를 좋아해서 집에서도 머신과 그라인더와 드리퍼를 구비해두고 직접 내려마셔서 나름 자신감 있게? ㅋㅋㅋ
카페를 찾아봤습니다.

마침 집에서 버스 20분 정도 거리에 개인카페가
당장 직원을 구한다고 하고, 시급도 최저보다 그래도 몇 백원 더 준대서
거기에 지원을 했죠.

지원서도 항목이 많아서 알바도 이렇게까지 자소서급으로 쓰나?? 싶긴 했는데
공식적인 첫 알바 지원이라 잘 몰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나름 정성스럽게 홈카페 경력을 어필해가며 지원서를 열심히 써서 냈습니다.

그게 저녁이었는데, 그 다음 날 낮쯤 전화가 왔어요.

근데 거기 근무 시간이 저녁타임이었는데,
제가 학교에서 거기로 바로 넘어가니까 시간이 중간에 좀 비더라고요.
집에 들리기도 귀찮고 시간도 애매해서 그냥 빨리 갔습니다.

그러니까 사장님 부부가 바로 면접을 보자고 해서 얘기를 잠시 나눴죠.
(대학생인데 오래 근무가 가능하냐, 취업하면 금방 그만둘 수 있는 거 아니냐,
주로 이런 이야기였는데...
저는 당장 취업이 될 거 같지 않다, 아직 졸업도 좀 남았다,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러고 난 다음 시간이 5시 반쯤 되었는데....
저는 학교에서 바로 넘어가서 밥을 못 먹었거든요.
그래서 시작 전에 뭐라도 사먹고 오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일찍 온 김에 그냥 바로 일 시작하자 해서 그냥 굶었습니다. ㅠㅠ



근데 알바 모집 공고에는 바리스타 업무라고 했는데,
이 카페에 고용된 정식 바리스타가 따로 있다고 저는 설거지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ㅋㅋㅋ
이 때부터 좀 쎄했는데.
그냥 나는 알바 초보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또 고분고분 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거기가 사장님이 초콜릿도 직접 만들어서 파는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초콜릿 만드는 데 들어가는 몰드, 주걱 같은 것부터 해서 설거지거리가 넘쳐났어요.

덕분에 거의 쉴틈없이 10시까지 계속 설거지만 했는데,
고무장갑만 주셔서 상의도 약간 젖고
초콜릿 관련 용품들은 세제를 함부로 못 써서 뜨거운 물에 따로 세척해야 하다보니
나중엔 더워서 헤롱거리고...

그게 나름대로는 안쓰러워 보였는지 거기서 일하시는 바리스타 분이 이거라도 마시고 하라면서
아아 한 잔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거 마실 틈도 별로 없었는데 너무 목이 말라서 그거 거의 원샷 때리고...
ㅠㅠㅠㅠ

끝나고 나니까 마감 업무를 해야 한대서 또 눈치껏 같이 청소하고,
화장실 변기청소 & 물청소까지 했어요.
집에서도 가끔씩만 하는 대청소 급으로다가.
ㅋㅋㅋㅋㅋㅋ

이러고 나니까 집에 가는 버스가 끊긴 타임이었는데,
바리스타 분도 저랑 비슷한 동네에 살아서 가는 길에 떨궈주셔서 무사히 집에 갔어요.



근데 그러고 나서 문자로 연락을 받았는데, 저 잘렸대요.
ㅋㅋㅋㅋㅋㅋㅋ

이유도 같이 말해주셨는데,
알바 초보라서 그런지 고객 응대가 아쉬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도 인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인사를 열심히 하긴 했는데요.
설거지 하는 곳이 카운터 옆쪽으로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안쪽에 있어요.

그래서 제가 설거지를 하다가 인사를 하려면
씻던 그릇을 두고,
물을 끄고,
옆으로 몇 걸음 걸어가서 커튼을 열고,
다시 카운터 쪽으로 나와야 했거든요?

근데 한참 설거지를 하다 말고 손님들이 오갈 때마다 그렇게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커튼쪽으로 고개만 돌리고 큰 소리로 인삿말만 했죠.

그리고 나중에는 거의 반쯤 정줄을 놓고 설거지를 해대느라
솔직히 밖에서 손님이 오가는지 소리도 잘 안 들렸어요.
(정줄 놓음 + 물소리 vs. 커튼 + 거리감 + 매장 내 음악소리)
그래서 인사를 매번 하지는 못했던 것 같긴 해요.


그래도 그렇지.
저녁도 굶어가며
몇 시간을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아아 한 잔이 끝이라니.
그 가게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4,500원이었는데요.
그럼 저는 커피를 원가가 아닌 매가로 잡아도
시급이 대충 900원 정도 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때는 사장님이 또 찔리셨는지 먼저
첫 날은 원래 수습 개념으로 일하는 거 한 번 보는데
너는 첫 날만 일하고 바로 잘렸으니 시급은 없다
이러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또 아, 원래 알바란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고 넘어갔어요.

근데 다음 날 바로 근육통이... ㅎㄷㄷㄷㄷ

그리고 첨에 입사지원서 엄청 자세하게 쓰라고 하셔가지고
개인정보(주민번호 주소 폰번호 등 싹다) 엄청 자세하게 쓰고
자소설 급으로 항목도 4갠가 5개였는데
완전 구구절절 열심히 썼었단 말이죠.

근데 그게 다 나가리 된 거잖아요?

덕분에 뭔가
알바 하면 주로 서비스직인데
나는 서비스직에 안 맞는 인간인가 싶고
알바에 적절하지 않은 인간인가 싶고
그냥 뭔가 좀 무서워서
한동안 알바 구할 생각을 접었었는데요.

이번에 올만에 알바썰을 보다 그 생각이 나서
이 새벽에 한탄하듯 써봅니다.
ㅋㅋㅋㅋㅋㅋ


원래 이런 경우에 그래도 하루치 일한 값은 주는 게 맞지 않나요?

저는 진심 5시간동안 노동요 하나 못 듣고
(좀 과거 얘기라 무선 이어폰이 없었음. ㅠㅠ)
아아 원샷 때 말고는 쉬는 시간도 없이
미 친듯이 설거지만 하다 화장실청소 하고 의자 테이블에 올리고 그랬는데요.

아, 갑자기 억울하네.
ㅠㅠㅠㅠㅠㅠㅠ

다들 사장님이
일단 일부터 시작해보자,
수습 기간에는 페이 잘 못 챙겨주는 거 알죠?
이러면 바로 뒤돌아서 나가시거나
자세히 다시 물어봐요.
일부터 냅다 하지 말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



(+)
어제 새벽에 갑자기 생각나서 썼는데, 역시 돈은 달라고 하는 게 맞았네요. ㅎㅎ
근데 벌써 몇 년 지나서요. ㅠㅠ
공감들 해주셔서 그래도 위로가 되었습니당....ㅎ

5시간 좀 넘게 일하고
면접보고 한 시간까지 하면 6시간 채우고
거기까지 간다고 교통비도 쓰고
버스가 안까지 안 들어가서 한참 걸어가고
그랬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얻어 마신 건
아마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생각날 것 같아요.

너무 바 보같아서 부모님께도 말씀 못 드렸던 일이라.
ㅋㅋㅋㅋㅋ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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