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알바톡

생산·건설·노무 > 제조·가공

야간에 식품 제조 업체 알바 하시려는 분 참고하세요

jm902*** 조회 21,720

잠 안오는 새벽 알바천국에서 일당 7만원을 준다는 식품제조업체 야간알바를 보게되었다. 밤 11시 반부터 아침 9시까지 야간에 하는 일이므로 그정도면 적당하다는 생각으로 지원하였다. 식품업체인데도 야간 알바이므로 보건증 필요없다며 전화한 바로 그날 밤부터 채용이 되었다.
양산시 어곡동에서 편의점 음식(김밥, 샌드위치 등)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식품제조업체의 직원들이 입고 있는 작업복, 살균기라고 적힌 기계에서 꺼낸 작업화와 앞치마가 온갖 음식물 얼룩으로 지저분해서 일차 충격. 알바경험이 없는 나에게 하루 먼저 왔다는 대학생이 고맙게도 이것저것 알려주어서 작업현장에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신세계...나이 마흔 넘은 나에게 다짜고짜 야, 너 하며 반말로 지시를 한다. 컨베이어 벨트에 일렬로 늘어서서 각자 맡은 속재료를 채워넣는다. 벨트가 빨리빨리 돌아가므로 상추 오이등 재료의 특성상 고르게 넣기 힘들고 운반 과정에서 빠져 나오기 쉬운 재료들을 담당하는 직원은 작업이 끝날때까지 잔소리를 듣는다. 포장작업을 하는 곳, 중간에 재료가 빠지니 중량이 적게 나온다며 포장지를 열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오이를 박아넣으라고 한다. 한 품목이 끝나고 작업대를 닦는데 사용한 행주는 누군가가 치워버릴때까지 계속사용된다. 샌드위치, 주먹밥, 김밥, 도시락이 종류별로 만들어지고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동안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물론, 한가지 작업이 끝나면 청소를 해라 물건을 가져와라 상표를 붙여라 쉴새없이 다른 지시가 이어지므로 화장실 갈 틈이 없다. 사흘 일하는 동안 작업시간에 화장실을 한번도 갈 수가 없었고 목이 말라도 작업 중에 물을 마실 수도 없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음식물 쓰레기를 밟으며 다시 똑같은 작업이 계속된다. 식품제조업체니까 도시락만 만들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각종음식물 쓰레기, 잘못 생산된 제품을 모아서 버리는데 그 무게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였다. 무거워서 여러번에 나누어 들고가면 한번에 안가져 간다고 난리다. 밥이나 부재료가 담긴 플라스틱 상자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채소를 손질하는 작업장에서 양파를 세척하라는 지시를 받고 싱크대로 가져가 씻어려고하니 불호령, 탁자에 올려서 비닐 봉지만 뜯은 후 바가지로 두어번 물을 끼얹는다. 세척 끝. 썰어서 바로 사용한다. 그외 채소들은 포장을 벗겨 바로 썰어서 커다란 수조에 가득채운 두가지 용액(락스 희석한 물, 수돗물)에 담그는 것으로 세척 끝. 알바에게 맡겨진 채소 써는 작업은 모두 수작업이라 첫날 칼질을 하고 나서 손가락에 피부가 벗겨졌다. 식사시간을 포함한 아홉시간 내내 정직원보다 만원이 많다는 알바들의 일당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다.
서너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친절하다. 그러나 그 서너명이 대부분의 직원들을 압도할 정도로 적대적이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끊임없이 일못한다는 잔소리가 이어진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육체적 노동에 정신적 압박이 더해지니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휴식시간. 회사제품을 집에 가져가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이 나왔다. 만들어진 과정을 지켜본 나는 아이들 주겠다고 앞다투어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일반인들에 비해 위생기준이 높은 건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생산되는지 모르니까 맛있게 먹겠지 하는 말이 또다시 나도 모르게 입밖에 나왔다. 조장이 그 소리를 듣고 발끈했다. 같이 알바하는 분이 커피 한잔 뽑아 주겠다는데 화장실 가고 싶을 까봐 못 먹겠다고 했더니 그 소리를 들은 조장이 누가 화장실 못가게 하더냐며 또 발끈했다. 굳이 변명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거나 말거나 누워있었다. 그 사이 조장이 사무실에 가서 뭐라뭐라 얘기를 한 모양인지 내가 그만둔다고 하니 사무실 직원은 아까 화장실 얘기한 분이냐며 그러라고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나의 첫 알바는 종아리의 근육통과 허리 통증, 허물이 벗겨진 손가락, 아직 입금되지 않은 21만원을 남기고 사흘만에 끝났다. 함께 알바하며 고충을 나누었던 분들과 그 사이 정이 들었고, 친절하게 대해주신 직원분들에게 감사하지만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받은 나머지 이 일에 지원한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다른 분들은 일에 대한 경험 없이 높은 일당에 무턱대고 지원해서 낭패를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차단 신고

활동내역 조회

1 LEVEL
  • 작성한 글 0개 · 댓글 0
  • 좋아요/추천 받은 수 0
  • 알바천국 가입
목록
사장님, 알바비는 천국이 드려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