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 편의점 과외 행사보조 등등 알바란 알바는 웬만큼 해 본 사람입니다.
한동안 쉬다가 우연히 알바천국에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구한다길래 보고 전화했습니다. 그리고 면접도 보고 바로 다음날부터 알바하기로 결정했지요.
지금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딴데서 알바하기로 결정한 저의 머리를 쪼개서 뇌를 끄집어내 그 결정을 번복하고 싶습니다.
알바천국에 올라온 업무내용은 데스크 보조였습니다. 정직원이 2명, 알바생은 1명씩 주중-주말 2명 있었습니다.
말이 데스크 보조지 정말 시다바리나 다름없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행주로 닦고 칠판닦고 바닥 청소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화장실 청소에 자판기까지 직접 채우고 청소합니다.
자판기 닦으면서 가끔 내가 여기에 무엇을 하러 왔는가 하는 고민도 듭니다만... 사실 청소할 때가 그나마 행복합니다.
심부름도 정말 많이 시킵니다. 학원 밖에서 비품 같은걸 사오라고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목록에 대충 적어줘놓고 종류가 뭔지 몰라서 전화로 물으면 "알아서 센스있게" 사오라고 하고 치웁니다.
그래놓고 정작 사가면 이거 아니라면서 비꼬고 뭐라 그러고... 물을 때 제대로 얘기도 안해줬으면서 그런걸 독심술로 알아내라는 겁니까? 애초에 알바천국 채용공고에 초능력 가능자 필요하다고 적지 그랬습니까?
비품 심부름이면 그나마 양호한데, 정말 오만가지 심부름 다 합니다.
데스크 직원이랑 원장님이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는 물건도 당장 나가서 사오고, 전화로 밥 시켜놓고 찾으러 갔다오라고 하고, 심지어 원장 아들 심부름도 해야 됩니다.
원장 아들내미 옷 수선 맡긴다고 세탁소 갔다오라고 할 땐ㅋㅋㅋㅋㅋㅋㅋㅋㅋ참나...
하지만 아까 청소 얘기도 그렇고 심부름도 그렇고, 사실 저렇게 밖에 나가거나 혼자 해야되는 일을 할 때는 행복합니다.
데스크 직원이랑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진짜 데스크 업무는 가끔 오는 학부모 상담 방문이나 전화 말고는 거의 일이 없습니다. 돈 문제나 중요한 일은 알바한테 안 시키기 때문입니다.
몇시간동안 멍때리고 있다가 스마트폰이라도 잠깐 볼라치면 옆에 있던 직원이 정말 뭐라 그럽니다.
일하면서 스마트폰 보는거 아니라고, 그렇게 불성실해서 어디다 쓰냐고 정말 기분 나쁘게 말합니다... 생각이 없다느니 하면서 인격적으로 깎아내리는 것도 기본입니다.
정작 그래놓고 자기는 맨날 스마트폰으로 카톡하고 전화하고 자고 심지어 학원 전화로 수다떨면서 말입니다... 지는 수시로 하면서 알바한테는 하지 말랍니다. 바쁠 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몇시간동안 일이 없어서 멍때리고 있는데도 말이죠.
일이 고된 게 아니라 그놈의 직원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습니다.
정말 알바를 고용했으면 기본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되는지는 설명해주고 일을 시켜야 되는게 기본 아닌가요?
뭐 제대로 된 설명도 안해주고 덜렁 일 시켜놓고, 못하면 못한다고 또 비난하고 깎아내립니다.
실수든 뭐든 잘못했다고 하면 사람 따로 불러내서 진짜 몇십분동안 뭐라 그럽니다.
솔직히 일을 실수하거나 못했는 걸 가지고 지적하면 당연히 제 잘못이니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정말 도가 지나칠 만큼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모욕적으로 말합니다.
생각이 없느니, 모자라느니, 센스가 없다니, 양심은 있냐니... 듣다보면 진짜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왜 이런 소리까지 듣고 있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심한 말을 거침없이 합니다.
일과는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개인의 인격과 자존심을 마구 짓밟고 깎아내립니다.
그 직원은 저한테만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막말이 심합니다. 한 번은 새로 들어온 선생님한테 폭언을 해서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운 적도 있습니다.
애초에 일을 똑바로 가르쳐 준 적도 없으면서 못한다고 막말만 합니다. 정말 기분 드럽습니다.
학원이 좀 오래돼서 그런지 학생도 많고 선생님도 스무명이 넘습니다.
일단 들어가면 스무명이 넘는 선생님들 얼굴과 이름, 과목을 싹 다 외워야 합니다.
하지만 알바가 교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요일마다 출근하는 선생님들도 달라서 솔직히 다 외우려면 생각만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간마다 강의실을 돌아다니면서 강의실에 어떤 선생님이 무슨 수업을 하고 있는지 일일이 체크를 하고, 바뀐 게 있으면 고쳐야 됩니다.
그런데 솔직히 하루이틀 알바한 사람이 어떻게 선생님들 얼굴 이름 다 외울 수 있습니까...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닙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학원은 알바생에게 초인적인 능력을 기대합니다. 못하면 또 폭언이 쏟아집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들은 그럭저럭 외웁니다. 하지만 외우고 나면 더 큰 산이 기다립니다.
이제는 학생들 얼굴이랑 이름도 다 외우라고 합니다. 선생님만 20명 넘는 학원이면 학생은 몇명이 있겠습니까... 진짜 이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학생 누구를 찾아오라고 시키는데, 누군지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모르냐면서 진짜 개무시합니다.
직원이야 6년 넘게 일했으니 외우겠지만, 일한 지 며칠 안 된 알바생한테 그런 걸 요구하는 건 정말 무리수인데도 시킵니다.
심지어 PC방으로 도망을 친 학생들을 찾아 인근에 있는 PC방이란 PC방은 다 뒤진 적도 있습니다. 황당하지만 이런 일도 다반사입니다.
인근에 PC방이 한 두개가 아니라서 한참 돌아다니면서 찾다보면 그 학생이랑 길이 엇갈릴 수도 있는게 당연한건데, 못 찾거나 학생이 먼저 들어오면 또 비난합니다.
정말 이 학원에서 일하면서 평생 살면서 들어야 될 모욕은 다 들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여기 알바생이 바뀌는 걸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이틀하고 안 나오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1~2주 하면서 좀 버티겠구나 싶다가도 금세 안나오고 또 다른 사람이 알바로 들어옵니다.
주말 1명, 주중 1명 뽑는데 제가 몇 개월간 일하면서 알바생 바뀌는 걸 본 게 10명은 족히 넘는 것 같습니다.
알바가 이렇게 많이 바뀌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스트레스 받아서 도저히 못 버팁니다.
최저시급 받으면서 못 들을 소리 듣고 되지도 않는 일 하는 거 정말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대구 J모 학원입니다... 절대 여기에서 아르바이트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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